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유소 기름값과 꺾일 줄 모르는 고금리·고물가 폭탄에 전 세계 운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흥미로운 반전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습니다.

대형 SUV와 고급 세단에 밀려 매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며 역대 최악의 침체기를 겪던 국내 경형 승용차(경차) 시장이 올해 들어 무서운 기세로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얇아진 지갑 사정과 가혹해진 경제 환경 속에서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다시 한번 경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에 신규 등록된 경차 대수는 총 2만 8,417대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만 5,183대와 비교했을 때 무려 12.8%나 눈에 띄게 성장한 수치입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경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4.8%나 무섭게 급감하며 시장 자체가 고사 직전에 몰렸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몇 달 사이에 원유 시장만큼이나 분위기가 급반전된 셈입니다.

사실 국내 경차 시장의 역사는 파란만장했습니다. 지난 2012년 20만 4,150대라는 역대 최다 판매고를 올리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대형차 선호 사상에 밀려 2020년에는 10만 대 선이 무너지며 전체 등록 차량 중 비중이 6%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나마 2021년 현대차의 첫 경형 SUV 캐스퍼와 2023년 실속형 LFP 배터리를 장착한 레이 EV가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간신히 인공호흡기를 달았으나, 이듬해 다시 10만 대 아래로 추락하며 역대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습니다.

이처럼 고사해가던 경차 시장에 다시 심폐소생술을 한 주범은 다름 아닌 중동 사태발 고유가와 자동차 가격의 고공행진입니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은 차체가 커지고 각종 첨단 사양이 대거 기본 탑재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여기에 고금리 여파로 차량 할부금과 매달 나가는 유지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출퇴근 및 도심 물류용 차량이 필요한 자영업자와 화물차 사장님들이 경제성이 입증된 경차를 대체재로 낙점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4월 모델별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부동의 공간 활용성을 자랑하는 기아 레이(EV 포함)가 1만 7,311대로 압도적인 1위를 지켰고, 기아 모닝이 7,977대, 현대 캐스퍼가 3,058대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2위를 차지한 모닝의 대반란입니다. 레이와 캐스퍼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한 반면, 구매 단가와 유지비가 가장 저렴한 모닝은 작년보다 무려 2,989대나 더 팔려나가며 59.9%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거품 빼기 트렌드’라고 진단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커진 차체와 과도한 고급화 옵션 때문에 경차 가격이 준중형차를 위협할 정도로 올라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라며, “유가와 금리가 동시에 폭발하는 현시점에서는 혜택이 많고 감가상각이 적은 순수 경차가 가장 매력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지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통행료 50% 할인, 책임보험료 감면, 취득세 혜택 등 경차만의 고유 메리트가 다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경차 시장의 부활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가혹한 고물가 시대를 버텨내기 위한 소비자들의 영리한 생존 전략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고유가 압박을 견디다 못해 1000cc 모닝과 레이로 유턴하며 반등을 이끌어내고 있는 국내 경차 시장, 사장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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