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관련된 안전 규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기준은 산업 발전과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 화물차 및 특수차 업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 제8조’에 규정된 최대 안전 경사각도 35도 규제입니다. 이 제도는 1962년에 처음 마련된 이후 반세기 이상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당시 열악한 도로 환경과 부족한 안전 기술을 고려하면 필수적인 장치였지만, 첨단 안전장치와 주행 보조 시스템이 일반화된 오늘날에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35도라는 수치 자체가 과도하게 안전만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승차 정원 11명 이상 승합차(버스)의 경우 적재 상태에서 28도만을 유지하면 되는데, 화물·특수차량은 그보다 훨씬 높은 35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승합차는 다수 승객의 생명이 걸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엄격해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버스보다 화물차에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되는 불합리성이 존재합니다. 업계는 이를 “시대착오적 제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또한 3.5톤을 초과하는 화물·특수차에는 이미 속도제한장치가 의무적으로 장착돼 있어 과속으로 인한 전복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ABS, 차체자세제어장치(ESC), 긴급제동보조시스템(AEBS) 등 각종 첨단 안전 기술도 도입되어 있어, 과거와 같은 수준의 사고 위험을 단순히 경사각도로만 관리할 필요성이 낮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5도의 경사각 기준은 여전히 강제되고 있어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차량 하부에 600~800kg에 달하는 평형추와 보강 구조물을 장착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데 있습니다. 우선 제작 비용이 증가합니다. 중소 특장업체의 경우 이로 인해 차량 한 대당 수백만 원 이상의 추가 제작비가 발생합니다. 연비 악화도 불가피합니다. 불필요하게 무거워진 차량은 운행 시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하게 되며, 이는 곧 운송업체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연간 수천만 원의 추가 유류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그만큼 늘어나 정부의 탄소중립 및 대기질 개선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냉동탑차, 고소작업차, 카고크레인 등 주요 특장차 분야는 이 문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이들 차량은 특수 장비를 탑재해야 하기에 기본적으로 무게가 많이 나가는데, 여기에 또다시 하부 평형추까지 얹어야 하니 적재량이 줄어드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결국 운송 효율성이 떨어지고, 설계 혁신은 가로막히며, 경쟁력은 약화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기술 발전을 억압하는 규제”라고 강하게 성토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전기·수소 기반 친환경 상용차 역시 이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친환경차는 배터리나 연료전지 무게로 인해 이미 중량 부담이 큰데, 여기에 평형추까지 더해야 하니 효율성이 더 떨어집니다. 이는 결국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업계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35도를 30도로 완화해 달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는 버스의 28도보다도 여전히 높은 수치로, 최소한의 합리적 조정일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제작자협회는 지난해 자동차안전연구원, 인하대 자동차학과 등과 함께 30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도출해냈습니다. 이 자료는 현재 국토교통부에 제출되어 제도 개선 논의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만약 경사각이 30도로 완화된다면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우선 차량 경량화가 가능해집니다. 불필요한 평형추와 보강 구조물을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 있어 설계 자유도가 커지고, 차량 높이 제한 문제도 완화됩니다. 제작비도 대폭 절감됩니다. 차량 한 대당 수백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며, 연비 개선으로 연간 45만 원에서 최대 75만 원의 유류비 절감 효과도 예상됩니다. 운송업체 입장에서는 총소유비용(TCO)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입니다.
또한 적재 용량 확대라는 실질적 이점도 있습니다. 바닥을 더 낮게 설계할 수 있어 동일 톤급 차량이라도 더 많은 화물을 싣을 수 있습니다. 이는 물류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운송 단가 절감 효과를 가져옵니다. 여기에 더해 차량 안정성 강화, 연료 효율성 향상, 친환경차 보급 촉진 등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자동차제작자협회는 올해 안으로 일부 차종에 한해 경사각 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냉동탑차와 크레인 장착 특장차가 우선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제도 개정은 정부, 국토교통부, 교통안전공단 등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전면 개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경사각 35도 규제는 한때 필요했지만 이제는 시대적 배경이 달라진 제도입니다. 첨단 안전 기술이 상용화된 지금은 60여 년 전의 규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안전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불필요한 과잉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환경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균형점을 찾아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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